캐나다 조기 유학 중 현지(온타리오주 기준)에서 초등 자녀들이 무료로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던 방법과 치과 진료를 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제가 경험한 한국과 다른 캐나다 양치질 문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쏼라쏼라 썰 풀어 볼게요~
캐나다로 떠나기 직전 저를 포함한 ‘비’ 자매는 한국에서 모든 치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 자매는 치아 발달이 또래보다 늦은 편이어서, 아직 유치가 많이 빠진 상태가 아니었기에, 캐나다에서의 발치를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왔습니다. 캐나다에 와서 1년 반 동안 두 아이의 치아를 엄마인 제가 몇 개나 뽑았는지 모르겠어요. 어느 날, ‘비’ 2호의 아래 앞니 두 개가 전혀 흔들리지도 않는데, 영구치가 벌써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한국에서는 이럴 경우 치과에 가면 마취하고 영구치가 예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바로 뽑아줘서 전혀 걱정할 필요도 없는 문제인데, 여기서는 뭐하나 정상적이지 않으면 신경이 곤두 서곤 합니다. 운 좋게도 집으로부터 5분 거리의 치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한국인 의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지역 카페에도 알려진 치과도 아니고, 병원 사이트에도 한국인이라고 소개는 안 되어 있지만, 영문 성(姓)과 외모를 보아하니, 한국인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급한 마음에 직접 찾아가 병원 접수처에서 한국인 의사임만을 확인하고(한국어를 하는지는 간호사들도 모름) 예약부터 덥석 하고 나왔습니다.
제가 가입한 알리안츠 유학생 보험은 한국 보험과는 다르게 치과 진료비 보장이 있어서 좋아라 했는데, 확인해보니 단순 발치는 진료비 보장이 안 되고, 치통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보장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한국인 의사라면 어떻게 잘 부탁하면 소견서를 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캐나다에서 그런 변칙이 통할 리가 없겠지'하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캐나다 치과 진료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기본 검사만 해도 100불은 깨진다 하니, 당장 전화를 걸어 유학생 보험 믿고 찾아갔던 치과의 예약을 취소합니다.
그러고 폭풍 검색을 한 결과, 지역 Public Health Center(일종의 보건소)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치아 진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자격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고, 일단 방문부터 했습니다. 신청 서류에 기본 소득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SIN(Social Insurance Number 사회보장 번호)를 가지고 세금 신고가 되어 있어야 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캐나다에 정착한 지 고작 4개월 정도밖에 안 된 저희 가족에게 무슨 기록이 있겠습니까? 하물며 그 당시 제 비자 상태는 연장 전이라 여전히 ETA (전자여행허가)였습니다. 보건소 직원에게 나는 New comer이고,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어필했습니다. 그들은 세금 신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고는 잠시 고민하고 의논하더니 예약을 잡아주었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인원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2달이나 늦게 예약이 되긴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 동안 ‘비’ 2호의 유치가 더 많이 흔들리고, 영구치는 조금 천천히 밀고 나오길 기도했지요.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진료 당일, 아직도 많이 안 흔들린다며 그냥 빠질 때까지 내버려두라는 보건소 의사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됩니다. 여러 번, 뽑아줄 수는 없는 거냐고 물어봤지만, '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답변만이 돌아왔습니다. 그 날만을 기다리며 ‘비’ 2호는 앞니 4개 달린 괴물로 몇 달을 살아왔는데, 저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었습니다. 보건소 방문 직후, 아이는 울고 불며 온갖 비명을 지르고, 엄마인 저도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서 실로 겨우겨우 발치를 했습니다. 이런 저의 첫 경험을 바탕으로 발치 회차를 거듭하면 할수록 발치가 좀 더 수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발치의 목적은 이루지 못했으나, 기본적인 검사를 포함하여 ‘비’ 2호는 스케일링과 실란트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었고, ‘비’ 1호도 덩달아 기본 검진 후 여러 개의 충치가 발견되어 충치 치료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불과 한국에서 진료받고 온 지 4개월 만에 충치가 많이 생겨서 놀랐기는 했지만, (살짝 의사의 실력을 의심하기도 했음) 약 두 달에 걸쳐 3번 정도의 방문을 통해 치료를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 검사 및 엑스레이, 실란트, 심각하지 않은 기본 치료 또한 모두 무료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치료 후 캐나다에 있는 동안 정기적으로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너무나 행복했었는데, 코로나로 모든 정부 기관이 문을 닫게 되고, 저에게도 이런 혜택을 누릴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
캐나다에 2년을 체류한다 가정하면, 아무리 가정에서 잘 관리를 해준다 하여도 최소한 1년에 한 번씩은 점검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보건소 진료 이후 10개월이 지났을 무렵, 이번에는 온타리오 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HSO(Healthy Smile Ontario)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됩니다. 신청 당시 저는 다행히도 세금 신고를 위한 TTN(Temporary Tax Number 임시 세금 번호)를 발급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SIN(Social Insurance Number 사회보장 번호)이 없이도 TTN(Temporary Tax Number 임시 세금 번호)으로 신청 가능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 같은 비지터 레코드 신분이라면 TTN(Temporary Tax Number 임시 세금 번호)을 사전에 발급받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 나라는 아직도 우편 배송 시스템을 선호하기 때문에, 우체국에서 Domestic letter mail 용 봉투를 구입하여 신청서를 우편으로 발송했습니다. 3주 정도 됐을 때, 담당자가 전화를 해서는 차일드 베네핏 수급 여부와 신청과 관련된 기본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카드 발급을 약속했습니다. 통화 후 일주일쯤 되었을 때, ‘비’ 자매 각 자의 이름으로 자격 번호가 부여된 HSO(Healthy Smile Ontario) 카드가 우편으로 배송되었습니다.
www.ontario.ca/page/get-dental-care
그 카드를 들고, HSO(Healthy Smile Ontario)를 취급하는 치과를 알아보는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인터넷 지역 카페에 소개된 한국인 치과에 예약을 하고, 드디어 지난주에 둘 다 검진을 하고 왔습니다. HSO(Healthy Smile Ontario) 카드는 20년 11월 말에 발급받았는데 21년 7월까지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치료 기간까지 감안해서 기간 만료 전 4월에 예약을 하고 무료로 검진받고, 치료 및 스케일링과 불소 도포까지 잘 마치고 왔습니다. 참고로, HSO(Healthy Smile Ontario) 신청 시 한 번에 1년의 검진 기간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지난 보건소 치료에서 진료 내용을 영어로 설명 들었기에 다 망각하고 있었는데, 한국인 의사와 소통을 하니 역시 속이 후련하더군요.
조기 유학 나이를 설정할 때, 치아 관련된 부분도 잊지 마시고, 교정이나 특별한 진료가 필요할 경우, 잘 설계하거나 준비를 해 오시기를 추천합니다. 특히 가정에서 유치를 발치할 경우에 대비하여 두껍고 단단한 실 정도는 준비해오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저는 실이 자꾸 끊겨서 여러 겹으로 이용하기는 했는데, 처음엔 당황스럽더라고요. 아무리 한국에서 치료를 다 하고 와도 충치가 어느 날 갑자기 짜~짠하고 나타나 발견되는 것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제가 알려드린 저소득층을 위한 두 개의 프로그램 모두 누구에게나 다 적용될지는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거절당했다는 사람도 있고, 캐나다는 항상 케바케라 확신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시도는 해보시는 게 좋아요. 직접 담당자와 마주할 때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열악한 나의 사정을 설명하다 보면, 제 경험상 대부분 좋은 결과가 나왔던 거 같습니다. 가끔 이런 제 자신이 우습기도 하지만, 어디 남의 나라에서 사는 게 장난이니? 자문하며 저를 다독입니다.
일단, 서양인들과 한국인이 다른 문화 중의 하나가 일상의 양치질 문화입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어려서부터 하루 3번의 식후 양치질 습관 들이기를 강조해왔다면, 캐나다에서는 외부에서 양치질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듯합니다. 학기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도 양치도구를 보냈었는데, 양치질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애로 사항을 계속 말하는 바람에 결국 양치 도구를 가방에서 철수시켰습니다. 캐나다 부모 양육 방법이나 학교 지침을 보면 단 음식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입니다. 도넛이나 머핀을 즐기는 이 식문화에서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한국 부모들만큼 양치 횟수를 강요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음식의 종류가 한국과 달라서 그렇다는 말이 있던데... 아는 캐네디언한테 물어본 후 깨달은 것은 이들은 항상 자연적인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치아가 좀 삐뚤빼뚤해도 한국인처럼 교정을 바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이제 캐나다를 떠나기까지 치아 관리를 잘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시 HSO(Healthy Smile Ontario)를 만기 내 다시 이용하거나 한 번 더 신청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비'자매는 그렇다 치고, 제 치아가 한국 귀국까지 잘 버텨줄지 더 걱정입니다. 지금 당장 시원하게 스케일링받고 싶습니다!!! 이상, 캐나다에서 조기 유학 중인 ‘비’ 자매 엄마 Mz. 쏼라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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